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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희 국회출입기자 (기업경제신문 정치사회부) |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는 예전부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 혹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같이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인재를 꼽아왔다. 또 한가지 오랜 세월 인류에 기생하여 인류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나,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제 서막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는
세균의 1000분의 1정도의 크기로 완전한 세포구조를 갖추지 못한 생명체다. 핵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로 덮인 구조로 스스로 대사능력을 갖지 못하므로 숙주 안으로 침입하여 기생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침투하게 되면 숙주 세포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자신의 단백질 안에 있던 DNA 혹은 RNA를 방출한 후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하여 복제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개체수를 증식하고 새로 생성된 바이러스는 세포 밖으로 방출되고 숙주 세포는 파괴된다. 이렇게 방출된 바이러스는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숙주를 전염시키고 파괴하기를 반복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는 5000여 종으로 전체 바이러스 종의 일부일 뿐이며 이마저도 변이를 계속하여 ‘신종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얻으며, 이들의 치료는 오로지 인간의 면역력에 의지한다.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사용하는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라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체나 그 구성 성분의 일부를 항원으로 사용하여 인체 내에서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생물학적 제제일 뿐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백신은 대부분 전염병이 휩쓸어 수많은 사람을 잃은 후에 만들어 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바이러스를 이긴 게임은 아니라는 의미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고 하는 패스트를 시작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인구 손실은 전쟁보다 심각하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실제로 세계 제1차 세계대전 동안의 사망자 수인 1700만명을 훌쩍 넘은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인플루엔자의 최초 발생지는 미국 캔자스의 미군병영캠프였는데, 1차대전에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 언론에 그 심각성이 보도되면서 ‘스페인독감’으로 불리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또한 이 독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총인구 1670만명 중 44%인 742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하여 14만명이 사망했으며 일본인 역시 15만 9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1297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2003년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어 774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사스부터 2015년 지카바이러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 비롯한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인류에 기생하며 변이를 계속해온 바이러스는 최근 20년 동안 발병률이 더욱 잦아져 이제는 연례행사와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치사율이 50% 에서 90%에 육박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2014년 한 해에 2만 8160명이 감염되었고, 1만1310명이 사망했다. 세계 보건기구 (WHO)가 2016년 3월 에볼라 바이러스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서명했지만 2017년 5월 다시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예방 백신이 없어 발병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 차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초기 대응이다. 전파력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대응 능력을 진단하고 대응 방법을 조속히 마련하여 방역활동 범위와 보균자의 역학 조사와 사후조치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번 ‘우한 폐렴’이 춘제 연휴에 접어 들며 급속히 확산해 감염자가 4500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최근 일주일 사이에 100명이 증가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정보 차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우한에서 첫 괴질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우한시와 중국 정부는 정보를 차단한 채 발원지로 지복되는 우한화난수산물도매시장을 폐쇄한 이외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초동 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우한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정부는 더이상 믿을 수 없으며,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전쟁에 있어서 정부와 관계부처의 준비된 시스템이나 매뉴얼 외에 각 개인이 준비해야 할 것은 개인 위생과 최상의 컨디션으로 스스로의 면역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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