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집중탐구 #4] '다문화'란 호칭 대신 이름을 불러주세요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0 20: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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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 17일간의 서명운동

이번 주는 문화 다양성 주간이며, 오늘(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 (홍미영 위원장)는 이를 기념하여 지난 3일 국회에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세계인의 날인 오늘까지 다문화를 호칭으로 쓰지 않기로 하는 '다문화 용어 호칭 사용 반대 릴레이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민주당 다문화위원회의 첫 대외활동인만큼 많은 관심과 격려가 있었다.

 

2주전 있었던 토론회에서는 이주아동 관련 전문가들과 다문화가족 구성원들도 자리를 함께하여 이주배경 아동, 청소년 및 미등록 아동의 교육 현실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가인 한국은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공교육 진입을 허용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08년부터 초등학교, 2010년부터는 중학교에도 출입국 사실증명이나 외국인등록이 없는 외국 국적 아동의 전·입학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의무교육 권리를 ‘국민’에게 한정하는 교육기본법에 의해 의무교육 대상에서는 이주배경 아동이 제외돼,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하고 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의무교육대상이라는 건 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 뿐 아니라 다니지 않고 있으면 찾아가야 하는 게 의무인 것”이라며 “갑자기 연락이 없이 결석이 장기화될 경우 아동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아동 안전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주아동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강제 퇴거 집행을 유예하는 방식의 법무부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 지침 한계도 지적된다. 한국에 들어와 초·중·고교를 마치고 대학 입시에 합격하더라도, 유학 체류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진학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서 자랐기에 할 줄 아는 언어는 한국어 뿐, 본국에 가족이 없어 일용직으로 전전하는 사례들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인천시당 다문화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맹성규 의원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으로,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도 “이들은 학업 중단률이 높고 성인이 되어도 우리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배경청소년을 ‘이주배경’보다는 ‘아동청소년’이라는 데 초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청소년은 그들의 국적이나 기타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지금까지 국적 또는 등록여부에 따라 교육권이 제한되었던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현재의 제도 및 절차들을 개선해 나아가는 것이 한국사회를 포용사회로 이끌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다문화’ 용어에 대한 문제 의식도 제기됐다. 문화적 소수자들을 가리키는 수식어로서의 ‘다문화’ 용어의 사용은 이들을 대상화·타성화하고 다문화 사회 문제를 문화적 소수자 문제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서광석 인하대학교 이민다문화정책학과 교수는 “다문화(비다문화), 다문화가정(자녀, 학생, 청소년), 외국인주민, 이주민(이민자) 등 다문화사회를 지칭하는 각종 용어들이 혼란스럽고, 특정 용어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집단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며 “공공성이 확보된 표준화된 용어, 학문적으로 접근한 전문적 용어, 정부의 공식 용어 등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여러 부처에서 이민(다문화, 외국인) 관련 업무가 분절적으로 운영이 되다보니 중앙부처의 기획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이민정책 업무가 정부 여러 부처에 나뉘어 기획, 집행이 되다보니 유사중복사업 등으로 예산 투입대비 그 효과 또한 미미하다”며 관련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미영 위원장은 "이주아동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다”며 “기본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방임 및 학대 피해 발생 시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하며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를 함께 공감하고 법·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일상적으로 사용돼온 ‘다문화’ 용어는 이들에 대한 각종 차별을 조장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3일부터 시작해온 ‘다문화 용어 호칭 사용 반대 일레이 서명운동’을 오늘 마감하고 서명지와 함께 진정서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서명운동에참여한 인원은 총 3750명으로, 오늘 하루 참여한 인원만 750여명에 이른다. 홍미영 위원장은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호응을 해주신다는 것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하여 알고 있었거나, 아직도 이런 이슈가 있다면 조속히 시정해야 할 문제임를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인권에 민감해져서 이주민과 그 아이들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명지와 함께 제출된 진정서에는 다문화 학생을 이름을 대신하는 호칭으로서 '다문화'를 사용하지 말것, '다문화가족'이란 용어도 변경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 이주배경 아동 및 청소년의 온전한 교육권 보장, 교육과 관련된 기관의 사전교육 실시 및 시대에 맞는 용어를 만들 것 등에 관한 요구 사항을 함께 담았다.

 

이후 이어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와의 간담회에서는 현 제도 및 정책의 미비점과 사회적 편견, 이주민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비롯하여 향후의 개선 방향과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및 지난 4월 29일에 발의된 공익광고 법률 등 다양한 주제의 대담이 이루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는 다문화 정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사령탑과 같은 기관의 존재가 없음을 아쉬워하며 향후 이민자들의 정착과 이주배경 아동 및 청소년의 교육적, 사회적 평등을 이루고 사회적 포용성 확대를 위해 서로 도우며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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